아나키즘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1. 아나키즘의 정의
1) 아나키
아나키는 ‘무정부 상태’를 의미하는 단어로써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 án과 지배, 지도자 등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 árchos가 합쳐진 ánarchos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이는 곧 지배하는 사람이나 통치 기구가 없다는 뜻입니다. 프랑스의 아나키스트 프루동은 아나키에 대해 ‘지배자가 없는 자기 자신에 의한 자기 자신에 대한 통치’라고 언급하였으며, 러시아의 아나키스트 크로포트킨은 아나키에 대해 ‘정부 없는 사회’라고 언급하였습니다.
2) 기원
아나키즘의 기원은 주장하는 사람에 따라 원시 사회, 고대 그리스 혹은 고대 중국, 그리고 프랑스 대혁명 이후로 다양합니다. 하지만 대개 근대 아나키즘은 계몽주의의 발흥과 프랑스 대혁명 이후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등장하고, 근대 국민국가의 성립, 자본주의의 심화, 국가권력 비대화에 반대하며 등장하였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3) 주요 내용
아나키즘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이러한 기원에서 비롯하여 바로 ‘개인의 절대적인 자유를 강조한다.’입니다. 아나키즘의 분파에 따라 다른 사상적인 부분에서는 조금씩 견해의 차이를 보이지만, 이 ‘개인의 절대적인 자유를 강조’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모든 아나키즘 분파에서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부분입니다.
두번째로는 무지배와 무강권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아나키즘은 지배자가 없다는 뜻으로,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자유를 조금이라도 침해하는 모든 지배와 강제력을 가진 권력 작용을 부정합니다.
세번째,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고 평등한 자발적, 협동적 자치 공동체를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이 공동체는 보통 ‘코뮌’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자주관리형 노동자 협동조직, 줄여서 노동조합’이 대표적인 코뮌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아나키즘의 궁극적인 목표는 앞서 언급했던 개인의 절대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므로 공동체의 경우, 이론가마다 다른 견해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4) 무정부주의?
무정부주의라는 번역명은 1902년, 도쿄 제국 대학교의 게무야마 센타로라는 철학과 학생이 러시아 허무당과 구미 아나키스트들을 소개하는 <근세무정부주의>라는 책을 펴내면서 아나키즘을 무정부주의라고 번역하며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무정부주의'라'는 번역명은 아나키즘의 원뜻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혼돈과 무질서를 떠올리게한다는 이유로 점점 기피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다양한 곳에서 ‘무지배주의’, ‘자유연합주의’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보통은 원어 그대로 아나키즘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2. 상징
1) 써클 A
아나키즘의 가장 유명한 상징인 써클 A는 A와 O가 결합되어있는 것인데, 이 A와 O는 프루동의 저서에 기록된 것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아래의 3개의 의미를 다 찾을 수 있었는데요, 프랑스어를 몰라서 제가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는 찾지 못했습니다만, 대략적으로나마 ‘아나키는 혼돈이 아니라 질서다.‘라는 프루동의 생각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1) Anarchy is order without power
2) Anarchy is the mother of order
3) Anarchy is order
2) 블랙 플래그
블랙 플래그는 보통 사람들이 보면 해적 깃발로 오해하기도 하는데요, 이 검은 깃발은 국가와 지배 권력을 거부하고, 그것에 저항하고, 반대한다는 뜻입니다. 1883년에 루이스 미셸이라는 프랑스 사람이 시위에서 처음 사용한 것을 계기로 아나키스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1884년 미국에서 열린 아나키스트 시위에서 게양되었고, 1921년 크로포트킨의 장례식에는 검은 깃발을 든 수천명의 아나키스트들이 참석했습니다.
3. 아나키즘의 주요 이론가
1) 윌리엄 고드윈
고드윈은 본래 성직자였으나 프랑스 대혁명 이후 프랑스 계몽주의에 영향을 받았고, 무신론과 합리주의를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책에서는 '국가는 개개인의 이성이 자유롭게 발전하고 행사하는 것을 가로막는 구속 중에 최악이다.', '소유권은 판단을 그르치게 하고 우리를 노예로 만든다.'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드윈은 국가와 사적 소유권, 그리고 사회계약론을 부정하고 개인주의와 합리주의에 입각하여 활동한 아나키즘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담으로 고드윈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작가 매리 셸리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제 나름대로 정리하자면, '인간의 이성이 모든 것 중에 최우선이야, 국가나 권력이 없어도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므로 지금보다 나은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어.(합리주의)’ ‘국가나 지배 권력, 사적 소유권은 인간의 이성을 방해하는 존재야.(국가 · 사적 소유권 부정)’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2) 막스 슈티르너
다음으로는 막스 슈티르너가 있습니다. 막스 슈티르너는 에고이스트로서 절대적 개인주의에 입각한 개인주의적 아나키스트라고 할 수 있는데, 슈티르너는 오직 개인의 자아만을 긍정하고 그 외부에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규율, 신조 등에 복종할 의무도, 권리도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개인의 동의가 이루어진 사회·조직·결사 등은 긍정했으나, 그렇지 않은 것은 부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마르크스는 슈티르너를 반사회적이고 비역사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슈티르너는 개인이라는 것은 자아 속에 자율성과 주체성 외에도 협동성과 공존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사회 그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주의적 아나키스트로서 코뮌과 노동조합 등의 공동체 또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아나키스트 공동체인 에고이스트 연합을 주장하였습니다.
3) 조제프 프루동
뒤에 나오는 바쿠닌은 프루동을 아나키즘의 아버지라고 불렀습니다. 프루동은 ‘소유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 ‘소유는 도둑질이다.’라고 썼는데, 이는 사적 소유 전체를 폐지하자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닌 아무런 노동도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을 착취하여 그 착취물을 소유하는 소수 자본가와 권력가들의 소유를 비판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사유재산이 강제 권력으로부터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본질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프루동이 주장한 상호부조주의의 근간에는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며, 나 스스로의 존엄성을 알고 있으며, 또한 타인에 대한 존엄성 또한 인식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상호부조주의는 노동자들(생산자)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무이자 혹은 최소 이자율의 은행 설립과 임금 제도로부터의 해방, 자본가와 기업이 아닌 협동적 조합의 생산 활동 담당 등을 토대로 합니다.
프루동은 이 상호부조주의를 기반으로 내가 나 스스로를 통치하는 협력조직과 이들의 연합체인 ‘연방’을 주장했습니다. 이 연방에서 개인은 ‘자유, 주권, 발의권’을 가지며, 조직과 ‘정치 계약’을 맺어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개인, 혹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존재입니다.
4) 미하일 바쿠닌
바쿠닌의 사상을 한 마디로 ‘모든 권위를 부정하고, 명령권을 가진 모든 권력에 대한 반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바쿠닌은 평생을 혁명, 파괴, 행동을 강조한 아나키스트였습니다. 그만큼 바쿠닌은 극단적인 아나키스트 중 한명으로서 국가 파괴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군주국 뿐만 아니라 선거를 통해 세워진 공화국, 교회, 법령, 의회, 군대 등 모든 강제 권력을 파괴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자의 투쟁과 조직 결성을 강조하고,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와 상속재산제를 부정하며, 노동조합이 생산수단을 소유해야한다는 집산주의적 아나키즘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또한 중앙집권주의를 표방하던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비판하며 마르크스와 극단적으로 대립하였습니다.
5) 표트르 크로포트킨
바쿠닌이 행동을 강조한 혁명파 아나키스트라면, 크로포트킨은 과학적 실증을 통한 아나키즘의 이론적 체계를 세운 이론가 아나키스트라고 할수 있습니다. 크로포트킨은 아나코-코뮌니스트로서, 국가를 폐지하고 정치·경제적으로 자립된 코뮌이 사회 조직의 기본 단위가 되어야함을 주장했습니다.
크로포트킨의 아나코-코뮌니즘은 투쟁, 노동운동, 조직결성에 중심을 둔 바쿠닌의 집산주의 아나키즘과는 달리 코뮌의 노동, 여가, 교육, 환경 등에 중심을 두었습니다. 또한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부정하며, 재화를 필요에 따라 분배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크로포트킨은 당시 유행하던 약육강식 논리의 사회진화론에 반대하여 사회 진화의 원동력은 상호부조라고 주장했는데, 인간 사회의 모든 곳에서는 상호부조와 상호지지라는 ‘연대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상호부조론과 코뮌주의는 당시 중국과 한국의 지식인들에게 사회진화론과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수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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