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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살의 장태완 장군
1976년 6월 어느 날, 부임한 지 두 달이 채 안 된 장태완은 서울 서부지역의 수경사 방공 진지 공사 현장에 순시를 나갔다.
예고 없이 들이닥친 별판을 보고 놀란 위병은 뒤늦게야 신호 버튼은 눌렀다. 그래서였는지 장 참모장이 한참 공사판을 걸어서 들어가는 동안 아무도 마중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그가 거의 막사 앞에 이르렀을 때야 방공포 대대장 김상구(호주 대사, 민정당 국회의원 지냄) 중령이 나와 경례를 했다.
김 중령은 육사 15기의 하나회 핵심. 더욱이 그는 박정희의 총애를 받고 있던 하나회의 보스 전두환 당시 1공수여단장과 동서 사이로 중견장교 중 실세였다.
김 중령을 앞세워 벌컨포 설치 공사 현장에 가본 장 준장은 울화가 치밀었다. 전방 부대 장병들이 순전히 손발로 하는 일을 중장비로 편하게 하면서 진지의 은폐ㆍ엄폐를 위한 잔손질은 적당히 얼버무린 태만한 공사로 보였다. 괄괄한 장 준장은 김 중령의 면전에 대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모자란 놈이 어떻게 대한민국 장교가 됐나?"
그러자 김상구 중령은 자존심이 확 상했다.
"저도 4년제 육사에서 배울 만큼 배우고 임관한 장교입니다. 장교의 명예를 짓밟는 그 말을 취소하십시오."
김상구는 고개를 뻣뻣이 들고 대들었다. 장태완은 어이가 없었다. 애송이 중령이 감히 상급부대 장군에게 대드는 것은 하나회라는 뒷배경 때문이려니 생각하니 더욱 괘씸했다. 더 거친 언사가 장 장군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놈아, 제대로 일도 못하는 놈이 누굴 믿고 건방지게 굴어?"
그러나 김상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일개 영관이 장군에게 했다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대거리를 서슴지 않았다.
"내가 당신보다는 군사학을 더 공부하고 임관했소."
화를 풀지 못한 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령부로 돌아온 장태완은 사령관 진종채에게 이 사실을 낱낱이 보고하고 '겁 없는 하나회 장교'를 징계위에 회부할 것을 주청했다. 그러나 진종채는 영남 군맥의 후배인 김상구를 징계할 생각이 없었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장태완을 달랬다.
"내일 내가 불러서 기합을 줄 테니 그만 참아 주시오."
하지만 장태완은 강경했다. 화를 못 이겨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했다.
"이런 군기 문란한 장교들을 그대로 두고선 함께 못 있습니다. 저를 내보내든지 김상구를 구속시키든지 택일하십시오."
결국 김상구는 이 일로 영창에 들어갔다가 전역하고 만다. 하나회 계열 장교들이 장태완에게 깊은 유감을 품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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