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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러시아 극동-시베리아의 자연사를 연구하던 박물학자 '리차르드 막Р. К. Маак'이 이끄는 러시아 제국 지리학회 소속 탐험대는 1853~1855년 야쿠티야의 지리를 연구하는 동안 현지 원주민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리차르드는 사하인들로부터 언제부터인가 빌류이 강 상류 계곡 어딘가에는 "구리 가마솥을 연상시키는 어떤 거대한 구조물"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금전을 대가로 해당 구조물이 있는 위치까지 안내를 부탁했다.
그러나 큰 돈이 걸린 그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현지인들 중 선뜻 나서는 자가 단 한 사람도 없었고, 곧 리차르드는 해당 장소에 대해 주민들이 하나같이 상당한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현지 주민들은 문제의 구조물이 존재한다는 계곡을 여러 이름들 중 큰 가마솥이 가라앉았다는 뜻의 '알그 티미르빗Algy timirbit'이라고 불렀는데, 이름처럼 습지대에 반쯤 묻힌 채 풀로 뒤덮인 그 구조물 근처로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주변 동물들조차 그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사하 전설에 따르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이 검게 변하더니 '우스미 통 두라이Usumi Tong Duurai'라는 거대한 괴물이 나타나 상공에서 수많은 빛과 함께 거대한 태풍을 일으켜 천지를 뒤흔들었는데, 그 결과로 태풍 아래에 있던 계곡은 광야와 같이 검고 메마른 곳으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그 이후, 문제의 장소에서 원인불명의 섬광이 번쩍이자 몇몇 청년들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계곡으로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했고, 장로들에 의해 해당 장소는 저주받은 곳으로 지정되어 사람의 발길이 끊겼으나 악마가 이를 비웃듯 참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 사냥꾼들은 사냥 도중 계곡에서 섬광이 아닌 정체불명의 폭발음을 듣게 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불덩이로 가득한 지옥과도 같은 폭풍이 원주민들이 살던 곳을 덮쳐 수많은 사람들이 비명횡사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거나 피부가 수포로 뒤덮이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에 시달렸고, 그런 생존자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 또한 대대로 부모와 같은 괴질을 앓았다고 전해진다.
주민들의 거절 끝에 안내인 역할을 맡을 다른 무리를 찾아내 문제의 계곡까지 도달한 리차르드는 현지인들이 언급한 구리빛을 띄는 괴물체에서 변칙적인 현상 하나를 목격하게 되는데, 다름 아닌 괴물체를 덮고 있는 초목들이 불과 30m 정도 떨어진 다른 식물들보다 비정상적으로 컸다는 것이었다.
안내인들은 이 정체불명의 괴물체에 관해 리차르드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낮은 높이의 아치형 출입구를 통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까지 고백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내부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방들로 이어지는 계단통이 있으며, 일부 방 안에서 금속 옷을 착용한 기괴한 외눈박이 생명체들의 시신을 목격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대부분 공포에 질린 탓에 그 시신들을 자세히 살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내부에서 장시간 동안 있던 사람들은 메스꺼움이나 구토 증상을 보인데다 앞서 언급한 전설에서처럼 피부 위로 수포가 생기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을 겪었다고 한다.
그렇게 조사를 마친 리차르드는 괴물체에 관한 여러 스케치들을 남기면서 이와 같은 것들이 영구동토층으로 가라앉으면 다음 세대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해야 된다고 지리학회에 보고했으나 그의 보고는 보기좋게 무시당하고 말았다.
이후로도 현지인이나 지질학자들을 통해 빌류이 강 근처 지역에서 리차르드가 목격한 것과 유사한 증언과 목격담들이 들려오자, 2000년대부터 러시아에서 문제의 괴물체를 찾고자 많은 이들이 야쿠티야의 오지를 탐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리차르드의 예상이 들어맞았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야쿠티야가 너무 넓어서 그런건지 그 누구도 이렇다 할 특별한 성과는커녕 그 미스테리한 괴물체를 보지도 못한 채 그냥 돌아가야 했고, 일부는 원주민들이 언급한 죽음의 계곡으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하자 곧 원인불명의 건강 이상을 일으키는 바람에 현장에서 금방 철수하고 말았다.
리차르드를 통해 러시아 제국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져버린 의문의 괴물체는 그 정체는 물론 정확한 위치마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야쿠티야 내 여러 원주민들 사이에서 무시무시한 전설로써 현재도 살아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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