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정치가 얼마나 실패했는지 보여준 질문

가장 훌륭한 아프리카 지도자 10명은 누구인가?

 

2004년 4월, '므와난치' (mwananchi)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토론 포럼에서 203명의 아프리카 지도자 중 위처럼 훌륭한 아프리카 지도자 10명을 묻는 질문이 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사람들은 넬슨 만델라를 언급했고, 그 뒤로 가나의 '콰메 은크루마', 탄자니아의 '줄리어스 니에레레'가 보편적으로 언급됐다. 하지만 이 3명이 언급된 후 10명을 채우지도 못하고 다른 지도자들에 대한 언급이 끊겨버렸다. (케냐의 조모 케냐타, 보츠와나의 퀘트 마시레 등이 조금 언급됐다.

국가도 아니고, 한 대륙에서, 그것도 203명이나 되는 지도자 중에서 10명을 뽑는 것조차 언급되는 게 실패라니..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된 가나의 콰메 은크루마, 탄자니아의 줄리우스 니에레레, 두 통치자 모두 독재자에 한국인 시선으로 '좋은 지도자'로 보기는 글쎄..)

 

같은 질문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포럼, The Village Forum에 올라왔다. 며칠 간의 씨름 끝에 다음과 같은 이름이 언급됐다.

 

1. 콰메 은크루마 (가나, 독재자)

2. 줄리어스 니에레레 (탄자니아, 독재자)

3.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독재자)

4. 세쿠 투레 (기니, 독재자)

5. 파트리스 루뭄바 (콩고민주공화국)

6. 로랑 카빌라 (콩고민주공화국, 독재자)

7. 에두아르도 두스 산토스 (앙골라, 독재자)

8.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독재자, 무지성 화폐 찍기로 짐바브웨 경제를 붕괴시킴)

9. 이디 아민 (우간다, 독재자, '식인' 소문이 들 정도로 잔인한 통치로 유명)

10. 넬슨 만델라 (남아공)

 

만델라와 이디 아민, 로버트 무가베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점이 기괴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 부분은 해당 토론에 참여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좋은 지도자'의 기준을 경제적, 정치적 기준에 두지 않고, 반식민주의 또는 반서구적인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면 설명된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경제적 정치적으로 성공한 지도자가 없다는 것도 되고, 203명의 아프리카 통치자 중 일반인의 시선에서 성공이라 할 만한 통치자가 10명도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고. 

 

10명 중 9명이 독재자라는 사실은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가 독립한 후에도 통치자의 피부색만 바뀌었을 뿐 실상 바뀐 게 없다는 걸 보여준다.

 

물론 이 질문과 토론은 진지한 학자간의 토론도 아니고 공식적인 여론 조사도 아닌 만큼 별 의미는 없으나, 막상 아프리카인이나 아프리카계 미국인조차 좋은 지도자 10명도 제대로 못 떠올린다는 사실은 아프리카 정치가 얼마나 실패했는지를 보여주는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