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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조끼를 착용할 때 우리가 알아야 할 것 (에티오피아 항공 961편 납치사건)

후니의 궁금소 2023. 11. 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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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항공 961편 납치 사건

 

사고 8개월 전에 촬영된 항공기.

 

 

 

1996년 11월 23일 에티오피아 항공 961편은 인도 뭄바이에서 출발하여,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케냐의 나이로비, 콩고 공화국의 브라자빌,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를 경유하여 최종적으로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으로 향하는 비행기였다. 뭄바이를 출발한 961편은 순조롭게 첫 번째 기착지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한다.

 

그리고 이후 케냐의 나이로비로 향하는데 이때 탑승객중 3명이 바로 납치범 이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적당한 시점이 되자 이들 3명은 자신들이 무기와 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승무원을 협박하여 조종실로 들어갔다. 

 

이들은 부기장을 폭행해서 내쫒고 부기장 자리에 앉았다.

 

너무나도 아찔한 상황... 그러나 한줄기의 빛이 보였다.

 

 

 

 

 


기장 레울 아바테

 

멍청한 납치범과 베테랑 기장

 

 

납치범들은 이후 조종사들에게 자신들이 1995년에 수립된 에티오피아 정부에 저항하다가 투옥됐던 정치범이라고 주장하였으며 11명이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개소리다.)

 

비록 석방됐지만 에티오피아에서는 더 이상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으므로 정치적 망명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레울 아바테 기장에게 협박을 했다.

 

"당장 호주로 가라. 그렇지 않으면 여객기를 추락 시키겠다."

 

이때 이들이 호주로 가기를 원한것은 당시 객실 책자에 나와있는 보잉 767 기종의 최대 항속거리가 호주까지 갈 수 있는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기장은 어이가 없었다.

 

당시 비행기의 연료로는 도저히 호주로는 갈 수 없었다.

 

기장은 이들에게 말했다.

 

"여객기는 원래 최대 항속거리까지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운항하는 거리까지만 갈 수 있는 양의 연료를 싣고 다니는 것이다."

 

"지금 가고 있는 나이로비에서 재급유를 받을 예정이라 호주까지 갈 수 있을 만큼의 연료가 지금 이 비행기에 들어있지 않다.

 

"이대로 날아 호주까지 가려고 시도하다간 중간에 연료가 다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납치범은 기장에게 개소리 하지 말라며 그의 말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고 호주로 향하라는 말만 계속 했다.

 

게다가 기장에게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는데 

 

이미 이전에 두 번의 하이재킹을 경험했었다.

 

1992년 4월 12일에는 보잉 727을 조종하던 중 수류탄을 든 납치범들이 조종석에 들어와 강제로 나이로비로 날아가야 했던 일도 있었고,

 

1995년 3월 17일에는 보잉 737-200을 조종하던 중 납치범들이 조종석에 들어가 스웨덴으로 날아가라고 협박을 한 적도 있었다.

 

이 두 건의 납치사건에서 기장은 단 한명의 인명피해를 내지 않고 안전하게 항공기를 착륙시킬수 있었다.

 

그러므로 이번 사건이 그의 인생에서 세번째 하이재킹 이었다.

 

그래서 기장은 이번에도 최대한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키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이 정도로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납치범들의 행동은 당황스러웠다. 

 

기장은 일단 그들의 요구대로 기수를 돌리는 시늉을 하면서 아프리카 대륙 동부 해안선을 따라 비행했다. 

 

이는 필요시에 가까운 인근 공항 또는 바닷가에 비상착수를 할 심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납치범들도 어지간히 바보는 아니였는지 여전히 해안선이 보이는 것을 눈치채고는 동쪽으로 향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고, 결국 기장도 더 이상 그들을 속일 수 없었기에 기수를 동쪽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 승객쪽에서는 에티오피아 내전의 참상을 세계로 알린 저널리스트 모하메드 아민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승객과 승무원들을 향해 "힘을 합쳐 저 납치범들을 제압하자. (우리가 수적으로 우세하니) 충분히 할 수 있다."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겁에 질린 사람들은 아무도 그의 말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비행기는 부족한 연료를 싣고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코모로 제도의 사진

 

 

노련한 아바테 기장은 노련한 판단으로 일단 동쪽으로 기수를 돌려 납치범들이 비행기가 동쪽으로 향한다고 믿게 한 뒤, 바다에 추락하여 모두 죽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자 은밀히 코모로로 방향을 바꿨다.

 

그러면서 동시에 연료가 떨어져가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납치범들은 여전히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호주타령만 하고 있었다.

 

결국 이 버러지들과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기장은 어떻게든 코모로 공항에 착륙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기 위해 같은 상공을 계속 맴돌게 설정하고 납치범들을 계속해서 설득하려고 했다.

 

그러나 납치범들은 되려 깨뜨린 위스키병으로 기장을 공격하여 부상을 입히며 막무가내의 태도를 유지했고,

 

결국 이때 연료가 바닥나며 양쪽 엔진이 모두 멈췄다.

 

비행기는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했고 기장은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하여 모로니에 있는 프랭스 사이드 이브라힘 국제공항에 비상착륙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조종실 내부에서는 갑자기 납치범들이 현피를 뜨자고 난리를 피워 나가있던 부기장까지 가담해 몸싸움이 벌여졌고,

 

이로인해 아바테 기장은 공항으로 향하는 방향을 놓친데다가 연료가 아예 바닥이 나서 비상착륙은 불가능했고, 

 

최후의 수단으로 그랑드코모로섬 해변 인근 해상에 비상착수 하기로 결단했다.

 

 

 


그랑드코모로섬의 해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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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비상착수하는 에티오피아 961편

 

비상착수

 

 

대가리에 든게 없는 납치범들은 왜 자꾸 고도를 내리냐고 기장에게 화를 냈고,

 

참다 참다 화를 못 이긴 기장은 "니들 때문에 연료 없어 개새끼들아. 이제 저 해변에 착륙 하는거 밖에 답이 없다고!!!"라고 소리를 지르자 그제서야 버러지 납치범들은 눈치를 챘다.

 

기장은 착수를 시작했다.

 

기장은 착수하면서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왼쪽 날개를 먼저 수면에 닿게 하여 비행기 동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했다.

 

그러나 비행기에 가해지는 엄청난 압력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비행기 동체가 부서지는 상황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바다에 착수하여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다.

 

착수 이후 아베테 기장은 안내방송과 승무원들의 안내를 통해 구명조끼를 나눠주는 등 빠른 후속조치를 취했고, 

 

여기에 적절한 비상착수 지점 선정 덕분에 사고를 목격한 다수의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구조 활동에 빠르게 나설 수 있었다.

 

게다가 영화처럼 또 행운이 따랐는데 바로 그 휴양지에 때마침 프랑스인 의사들이 현지에서 휴양을 하던 중이어서 부상자들이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근처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사람들도 마침 있어서 구조에 힘을 보탰다.

 

완벽한 위치선정과 최대한 피해를 줄인 비상착수 신속한 구조활동 모든게 완벽했고, 사상자는 적을것을 예상 되었다. 

 

그러나....

 

 


구명조끼를 입고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결과는 뜻밖이었다.

 

사망 125명

 

모두가 놀랐다.

 

피해를 최소화한 기장의 비상착수와 위치까지 최상의 상태였는데 어찌 저리 희생자가 많았나? 모두가 의문을 가졌다.

 

그러다 원인이 밝혀졌다.

 

원인은 바로 "구명조끼" 였다.

 

많은 승객들이 혼란에 빠져 비상착수 시 구명조끼 착용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구명조끼 매뉴얼에는 침몰하는 항공기에서 탈출한 다음 혹은 탈출 직전 비상구에서 부풀려 공기를 채우도록 명시되어 있다.

 

미리 공기를 부풀리는 경우 구명조끼의 특성상 탈출이 힘들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상 추락이라는 상황과 하이재킹이라는 정신나간 상태에서 많은 승객들이 기내 방송과 승무원들의 지시를 전혀 따르지 않고 구명조끼를 착용하자마자 부풀려 공기를 채우는 최악의 실수를 하고 말았다.

 

기장과 부기장, 일부 승객과 승무원들은 착수 직후 침몰 상황에서 매뉴얼대로 먼저 잠수하여 기내를 탈출한 이후 구명조끼를 부풀려 수면 위로 떠올라 구조되었으나, 나머지는 매뉴얼을 무시하고 기내 탈출 전에 구명조끼를 먼저 부풀린 탓에 잠수 탈출을 하지 못해 물이 차오르는 기내에 갇혀 끝내 익사했다.

 

승객 중 3분의 2 이상이 추락에 대한 공포 때문에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이런 결정을 내려 목숨을 잃고 말았으며, 일부 승무원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똑같이 행동했다가 결국 살아 나오지 못했다. 이렇게 약 60~80명의 승객들이 익사했다.

 

명심하자. 구명조끼 매뉴얼 

 

"침몰하는 항공기에서는 탈출한 다음 혹은 탈출 직전 비상구에서 부풀려 공기를 채워야 한다."

 

 

 

여담으로 버러지 납치범 3명은 기장이 "비상 착수하는 순간에 엄청난 충격이 전해질 테니, 살고 싶으면 당장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라" 라고 미운놈 떡하나 더 주는 식으로 충고 해줬으나..

 

가오를 부리며 기장말을 안 듣고 서서 허세를 부리다 비상 착수 당시 수면 충돌의 충격으로 모두 사망했다.

 

 

 


기장 라울 아바테의 최근 모습

 

 

 


유일한 한국인 희생자 이헌종 서기관(1947~1996) 후에 김영삼 대통령이 조문했다.

 

 

 

 


당시 승객이었던 저널리스트 모하메드 아민. 그는 조종석 입구 근처에 서서 납치범들을 설득하려고 했으며, 비행기가 해상에 착륙하자마자 벽에 부딪혀 죽을 때까지도 구명조끼를 입기는 커녕 좌석으로 돌아가지도 않았다고 한다.

 

 

 

 

사건명 : 에티오피아 항공 961편 납치 사건
 
발생일 : 1996년 11월 23일
 
유형 : 하이재킹
 
사고 발생 지역 : 코모로 그랑드코모르 섬
 
탑승 인원 : 승객 163명(납치범 3명 포함) 승무원 12명
 
사망 : 125명
 
생존 : 5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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