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황룡사 9층 목탑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이 목탑이 225척 즉, 고구려척 기준으론 약 81m, 당척 기준으론 약 68m에 달하는 웅장한 높이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목탑이 올라갈 수 있는 목탑이기 때문이다. 현대 건축물 기준으로도 상당히 높은 높이인 68~81m의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신라 서라벌의 모습이 어땠을까하는 상상을 하게끔 하는 것.
그런데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거대한 목탑은 황룡사 9층 목탑뿐이 아니었다. 삼국시대엔 백제의 미륵사 목탑, 고구려의 청암리사지 목탑이 존재했다. 목탑의 규모는 황룡사>청암리사지>미륵사 순서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셋 다 60m가 넘는 큰 목탑으로 판단된다.
미륵사의 목탑은 일본의 호류지 목탑과 모양새는 비슷했을 거라 예측한다. 청암리사지 목탑은 고구려 특유의 팔각 구조라서 복원도나 CG를 만들 때 불궁사 5층 목탑을 참고한다.
- 백제 미륵사 목탑의 원형을 상상해볼 만한 호류지 목탑. 미륵사의 절반 정도 높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다.
- 요새 자주 첨부하게 되는 불궁사 응현목탑. 청암리에 있었던 고구려 목탑도 팔각목탑이었다. 그래서 청암리 목탑의 복원 모형이나 CG 등을 만들 때는 대체로 이 목탑을 참고한다.
다만 청암리에 있던 목탑이나 미륵사의 목탑이 대단히 높았던 것은 확실하지만 황룡사 9층 목탑처럼 층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목탑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록도 없고 유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고 추정되는 거대 목탑이 고려시대에 존재했으니 바로 광통보제사 5층 목탑이다.
광통보제사는 개경의 랜드마크나 다름이 없었고, 왕건이 개경에 만들었던 10개(네?)의 사찰 중 하나였고, 송나라 사신 서긍도 이곳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다. 특히 서긍이 주목했던 건물은 고려궁궐보다 더 거대했던(네?) 나한보전과 200척(약 60m)이 넘는 5층 목탑이었다.
이 5층 목탑의 내부가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는 주장은 다음 기록에서 비롯된다.
"십천교를 지나 곧바로 가서 연복사(광통보제사)에 이르렀다. 한 중앙에 우뚝 솟은 5층 누각이 온 성중을 압도하고 서 있는데 창문과 기왓장에 저녁놀이 비친다. 참으로 웅장한 건물이다."
조선 전기의 문인인 유호인이 남긴 글이다. 유호인은 5층 목탑을 탑으로 보지 않고 누각으로 보고 있었다. 올라가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루(樓)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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