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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남편을 신으로 모셨던 부족
2021년 4월 9일, 영국 윈저 성에서 여왕의 부군인 필립 공이 사망하고
많은 영국인들과 영연방 시민들이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리고 뜬금없는 소식도 전해진다.
바로 바누아투 탄나 섬에 살고 있는 부족 일동도 필립 공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 것.
물론 바누아투도 영연방의 일환이기 때문에 추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이들이 필립 공을 생각하는 방식이 조금 독특했다.
바로 이들 원주민은
필립 공을 '신'으로 생각하고 숭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역만리 원주민들이 필립 공을 숭배하고 있었던걸까?
일단 원주민들이 말하는 필립 공의 진짜 정체는 간단하다.
머나먼 옛날,
산신의 아들이 강력한 힘을 가진 아내를 찾기 위해 섬을 떠났으며
마침내 엘리자베스 2세와 결혼하여 뜻을 이뤘지만
사악한 백인들의 탐욕에 의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라는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학자들은 도대체 어쩌다가 이런 신앙이 생겨났는지 왈가왈부 중이다.
누군가 필립 공의 초상화를 본 이후 생겨난 신앙이다, 여왕 부부가 방문한 이후 생겨난 것 같다 등등 추측이 난무하지만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런데, 이 신앙에 대해 필립 공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에펨코리아에도 익히 알려진 심술쟁이인 필립 공이 비아냥거릴 법도 했지만, 놀랍게도 필립 공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받아줬다고 전해진다.
원주민들이 날날(nal-nal)이라는 전통 곤봉을 선물로 보내주며 인증 사진 좀 보내달라고 요구했을 때도
의외로 요청을 수락해 인증 사진까지 보내줬으며
2007년에는 영국 방송사의 주관으로 직접 부족민 4명을 궁전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때 필립 공은 어서 섬으로 돌아오라는 부족민들의 말을 듣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생각해보리라." 라는 답변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필립 공은 이 말을 남기고 부족민들에게 이런 저런 답례품과 지원을 약속하며 돌려보냈다.
그리고 2021년, 필립 공의 죽음이 알려지면 부족은 큰 슬픔에 빠지게 되었다.
이들은 결국 산신의 아들이 백인들의 탐욕과 질투, 끝없는 싸움으로 인해 섬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탄했으며 100일 동안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그리고 필립 공의 영혼이나마 섬에 돌아올 수 있게 의식을 진행하며 나름대로의 추모를 했다고 전해진다.
BBC 기사를 인용하자면, "그들은 필립공이 윈저성에서 편안히 눈을 감은 사이, 그의 영혼이 태평양의 파도를 건너 그의 영적인 고향인 탄나섬으로 가는 마지막 여정에 올라 있으며, 그를 평생 사랑하고 존경해 온 사람들과 함께 있다고 믿고 있다."
이제 찰스 3세가 즉위한 지금, 이들의 신앙이 어찌 변할 지는 모르겠지만
화물 신앙의 변주곡 같은 이 신앙이 인류 문화사에서 참 특기할만한 사건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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