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d는 어디서 왔을까?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영어 교재나
혹은 영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쉬운 강의에서
가끔
"did는 do + ed가 되어서 doed > did가 되었어요"와 같이
가르치는 경우가 있다.
아마 쉽게 가르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겠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ed에 대한 설명은 일단 복잡하기에 다음에 하도록 하고
do와 어원을 같이 하는 단어는 다음과 같다.

고대 그리스어
τιθημι
[ti.tʰɛː.mi] (띠테에미)
'두다, 만들다'
라틴어
facio
[fa.ki.oː] (파끼오오)
'하다, 만들다'
산스크리트어
दधाति
[dɐ.dʱɑː.ti] (더다아띠)
'두다, 만들다'
이들 단어가 의미적으로
'하다'란 의미의 'do'와
관련이 적어보일 수 있지만,
중세 영어만 가더라도 'do'가
'만들다, 두다'란 의미로 쓰였었다.
※ 사실 현대 영어에서도 do는 '만들다, 두다'란 의미로도 쓰이긴 한다.
Can you do me 20 photocopies of this report/do 20 photocopies of this report for me?
(https://dictionary.cambridge.org/dictionary/english/do)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do는 -ed와는 달리
공통의 조상 언어에서 *dʰeH₁(데H₁)라는 어간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H₁은 정확한 소리값을 추정하기 어려운 h와 유사하게 목 뒷쪽에서 소리나는 자음을 의미한다)
맨처음의 *dʰ 소리가
고대 그리스어에서는 t, th
라틴어에서는 f
산스크리트어에서는 d, dh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다른 언어에서
do와 어원이 같은 단어들을 살펴보면
조금 특이한 점이 보인다.
고대 그리스어
[ti.tʰɛː.mi] (띠테에미)
→ t와 tʰ가 연달아 나타남 (띠, 테)
산스크리트어
[dɐ.dʱɑː.ti] (더다아띠)
→ d와 dʱ가 연달아 나타남 (더, 다)
어떤 단어와 유사성이 보이지 않는가?
did
→ i를 가운데 두고 d가 연달아 나타남
이 현상은 원래 고대 인도 유럽어에서
동사의 어간의 일부를 중복(reduplication)시켜서
새로운 시제 형태를 만들었었던 것에서 기원한다.
즉 did는 do의 어간의 일부인 d를 중복시켜서 만든 것이며,
고대 그리스어의 [ti.tʰɛː.mi] (띠테에미)는 t를 반복시켰고
산스크리트어의 [dɐ.dʱɑː.ti] (더다아띠)는 d를 반복시켰다.
※ 완벽하게 동일한 소리가 반복되는 걸 회피하려는 현상이
고대 그리스어와 산스크리트어에 있었기 때문에
반복되었을 때 조금 다른 소리가 반복되지만
h(기식음)만 차이가 나는 등 규칙적으로 변화한다.
고대 인도 유럽어에서 이렇게 동사 어간의 일부를 중복시킬 경우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어간은
어떤 동작을 행하여 이미 행동이 끝난 (완료된) 상황을 의미했다.
do > 한다, 만든다
did > 해 뒀다, 만들어져 있다, 만들어 뒀다 > 했다

즉, 놀랍게도 영어의 did는
인도 유럽어의 모든 언어들의 조상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오래된 형태인 것이다.
참고로
do (두)가 go (고우)와는 발음이 다른 이유는
원래 중세 영어에서 do는 장음이었고 (도오)
go는 단음 (고)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철자는 o로 동일하게 표기한 이유는
모음이 길이 말고는 소리값이 동일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후대에 소리 변화로 (Great Vowel Shift)
단음 o (오)는 (오우)로 변화했지만
장음 o (오)는 (우)로 변화하면서
둘의 발음이 달라지게 되었다.
참고 자료
Online Etymology Dictionary (https://www.etymonl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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