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소

세네갈에서 베트남 요리가 나타난 사연

후니의 궁금소 2024. 1. 13. 09:20
반응형
베트남 음식 '넴'은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 인기 있는 간식이다. 하지만 넴을 사먹는 사람들도, 심지어 넴을 판매하는 요리사조차도 이 음식이 베트남 기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세네갈 넴의 역사는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4세의 장 고미스(Jean Gomis)는 사이공 항구에서 SS Pasteur 호에 탑승했다. 그의 아버지는 세네갈 출신 프랑스 군인이었으며, 베트남에서 복무했다. 그의 어머니는 베트남인으로 세네갈인 남편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동안, 남편을 따라 앞으로 평생을 지낼 나라에 가게 되었다.
 
프랑스는 1954년 베트남에 최종 패배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 식민지에서 동남아시아로 50,000명 이상의 군인을 파견했다. 인도차이나 전쟁이 절정에 달했는데 아프리카인들은 베트남 원정 프랑스군의 44%를 차지했다.
 

(세네갈 소총수, 프랑스를 위해 총알받이가 될 때, 아프리카인은 비로소 프랑스인으로 불릴 수 있었다.)
 
세네갈은 특히 식민지 군대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베트남으로 많이 갔다. 프랑스의 식민지 보병 군단은 서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에서 징집되었지만, 특히 세네갈인들이 유명하여 세네갈 소총수(tirailleurs sénégalais)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기간 동안 베트남에서 복무한 세네갈 흑인 군인들 중 일부가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고, 베트남 여성들이 남편을 따라 세네갈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공식적인 기록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베트남인이 세네갈에 정착했는지 불명이지만, 그 수는 100명 정도이거나 그 이상일 수 있다.
 
얼핏 보면 로맨스적인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적군과 동침했다는 베트남 사회의 뭇매를 버티지 못한 비극적인 측면도 있었다. 베트남에 남겨진 여성이나 혼혈아들은 차별과 폭력의 대상이 되었다.
 


(베트남-세네갈인 혼혈들)
 
세네갈 작가이자 TV 진행자인 메리 비예 디우프는 베트남 할머니의 길고 부드러운 생머리를 좋아했다. “저는 친구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할머니가 계시다고 말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녀의 할머니는 자신이 직접 만든 베트남 전통 ​​의상만을 입었다. 일요일이면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함께 모여 요리하고, 춤추고, 베트남 노래를 부르곤 했다.
 
하지만 베트남 여성들은 세네갈에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메리의 할머니는 현지 언어를 배우고 이슬람으로 개종할 때까지 가족으로부터 핍박당했다. 많은 경우 여성들의 상황은 빈곤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다. 
 
베트남 여성들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했고, 많은 여성들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일, 요리를 했다. 그들은 붐비는 도심 식품 시장인 케르멜 시장(Marché Kermel)에 가판대를 세우고 요리를 시작했다. 세네갈인 남성은 절대 요리를 하지 않지만, 베트남 여성들은 자식들에게 요리하는 법을 가르쳤고, 그 결과 혼혈 세네갈인들도 베트남 식당을 이어받을 수 있었다.
 

(다카르의 베트남 요리점, Saveurs d'Asie. 중식과 일식도 판매한다.)

5성급 호텔의 시그니처 요리사이자, 세네갈 출신 가장 유명한 요리사, 피에르 티암(Pierre Thiam). 피에르는 모로코 국왕,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수많은 고위 정치인들을 위해 요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어린 시절 배트남 혼혈 장 고미스로부터 베트남 요리법을 배웠다. 그는 웃으면서 세네갈에서 남성은 부엌에 들어가지 않지만, 베트남인은 어린이들에게 요리를 돕게 하는 좋은 문화가 있었다고 말한다. 피에르는 민트와 고수가 섞인 신선한 샐러드, 라임을 곁들인 튀긴 생선, 그리고 쌀국수를 좋아했다.
 

(세네갈 넴)
 
오늘날 세네갈에 살아 있는 1세대 베트남인은 전혀 없고,이제 남아 있는 혼혈 후손들이 베트남어를 할 줄 아는 경우는 없는 듯 하다. (2016년 기준으로 세 명이 있었다.)
 
베트남인과 2세대 혼혈의 감소에 따라 다카르에 남아 있는 베트남 요리점들의 질적 수준도 낮아졌고, 심지어 길거리에서 '넴'을 판매하는 요리사들조차 자신들이 만드는 음식이 베트남 기원인줄조차 모르지만, 프랑스 식민주의가 세네갈에 영구적으로 흔적을 남긴 또다른 예로 남았다.
 
 
반응형